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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와의 대화
    그외 2019. 5. 27. 15:17

    2011년 2월의 글이다. 

     


    아버지는 평생 의사로 사셨고 지금도 현직에 계신데, 제가 트레이딩 하는걸 안좋아하십니다.
    처음에 자금지원을 해주실 때도 '니가 그거해서 말아먹어야 정신을 차리지' 하셨고,
    어머니께 듣기로는 요새도 약주하고 들어오시면
    '재건이가 그거 다 말아먹고나면 그만둘까..' 라며 잠자리에 드신다고 하더군요.

    설에 본가에 올라갔을때와 얼마전에 친구 결혼식차 대구에 갔을때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마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주식이랑 선물한다는 놈들 결국 다 깡통차더라'
    '니가 그거 지금 잠시 돈버는거지, 그걸로 어떻게 평생 먹고 사냐'
    '그게 돈놓고 돈먹기지, 제대로된 일이라고 할 수 있나'
    '그런걸 하면 한탕으로 먹고 살려고해서 안돼'
    '사람이 땀흘려서 일한 돈으로 살아야지, 그런 돈놀이로 살아서 되겠나'
    등등..

    논리적으로야 따질수 있겠다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투기성 활동과 산업 전부를 안좋게 생각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감정을 어떻게 바꾸기는 힘들겠죠.
    내가 즐기며 공부할 수 있고 성격에도 맞으니 인정해달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미래는 오지 않을거 같습니다.
    못 마땅해하면서 묵인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기대선이죠.
    조지 소로스나 워렌 버핏도 안좋게 보시니, 제가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번들 아버지 의견에 영향을 줄거 같진 않고..

    이번달 수익이 아주 미미합니다.
    그런데 551.9달러면 대략 60만원이고,
    이건 보통 사람의(평균적인 샐러리맨) 금전감각에서 보자면 꽤나 짭짤한 부수입입니다.
    아버지의 다른 말은 전혀 공감안되는데(논리적으로도 적절하지 않고), 하나는 공감이 됩니다.

    '투기꾼들은 나중에 돈 감각이 이상해져. 니만 해도 봐라.
    날마다 아무 의미도 없이 수백만원씩, 크게는 천만원씩 움직이는데
    지금 니한테 200만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노.
    니가 그거 일 그만둬도, 월급 200 받으면서 날마다 출근할 수 있겠나.'

    이 점은 아버지가 말씀하시기 전에도 생각했습니다.
    해외거래시작한지 보름 쯤되고부터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제가 지금 공중보건의사로 일하면서 한달에 170만원가량 받는데, 지금하는 투기에 비하면 우스운 돈이죠.
    이 170만원은, 제가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있고
    환자 보기 싫을때도 진료하고.. 이런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투기에서는 170만원이면 그냥 우연입니다.
    (투기자금 크기에 따라서는 100억도 그냥 우연일 수 있겠죠.)
    요즘 한번의 거래에 가장 작게 베팅할때가 대략 1300 달러쯤 됩니다.
    170만원쯤 되지요. 날마다 그저 의미없는 우연에 몇 개씩이나 베팅을 합니다.
    그게 내가 한달간 공중보건의사로 일하고 받는 월급입니다.

    수개월 전에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났을 때도 참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월급을 190 쯤받는데 이번에 보너스가 나와서 얼마가 되고.. 좀 있으면 월급 올라서 210좀 넘을거고..
    이런 얘기를 하는데, 같이 있던 다른 사람은 190 과 210 이라는 숫자에서 차이를 느끼는거 같았습니다.
    나는 느끼지 못 했습니다.

    선물거래가 특별히 투기성이 짙어서 그런게 아니라, 불확실한 사건을 대하기 때문에 오는 점이죠.
    제조업에서 하나의 제품에 개발비..등을 들이는 것과, 선물투기에서 하나의 거래에 베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습니다.

    샐러리맨은 확실함을 위해 일합니다.
    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으면 한달이 지나면 거의 확실히 월급이 나옵니다.
    확실하기에, 아무리 작은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오차라는게 없습니다.

    하지만 투기에서는 의미가 없는 크기가 존재합니다.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고 오차범위는 (월급에 비하면) 어마어마합니다.
    월급은 마이너스 값을 가질 수 없지만, 투기는 마이너스 값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변동성을 전혀 경험하지 않는 샐러리맨에 비해서
    변동성을 크게 경험하는 투기꾼에게, 성공에 따른 보상이 큰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큰 변동성을 잘 다루는데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큰 보상이 돌아가야 합니다.(분야에 관계없이)

    제가 생각하기엔 이게 공정합니다.
    그런데 이게, 많은 사람들에게는 불공정하게 보이나 봅니다.
    제 아버지에게도 불공정하게 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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