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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5-10월의 기록
    트레이딩/내 기록 2019. 5. 29. 12:44

    1.


    베가본드에서 나오는 말이다.
    사람을 베지 않는 검술에 아름다움이 있는가?


    모르겠다. 나는 없는것 같다.
    실제로 사람을 베지 않는다면 검술은 무엇으로 평가되는가?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가?
    실체가 사라졌다. 아이디어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주관적인 미학만이 남아있다.


    승패없는 축구에서는?
    규칙도 없고 승패도 없는 축구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볼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름다운 것인가?
    그렇다면 드리블도 어정쩡하고 킥력도 나쁜 수비수는 추한가?

     

    트레이딩에서 거래를 하지않고 돈을 다루지 않으면
    도대체 아름다운 트레이딩이란게 있긴한가?


    삶에서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삶에서는 기준이 있는가?
    나에게는 있다.
    사과보다 오렌지를 좋아한다는 것만큼이나 확연한 나의 취향들이, 나의 기준이다.
    유일하게 다른길은, 아예 기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승패와 규칙과 효율성과.. 모든 것을 생각조차 하지않는 것만이 다른 길이다.


    2.


    학생때가 좋았다.. 어쩌고 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릴때가 좋았다고 한다.
    추한 어린이 잘 없고, 아름다운 늙은이 잘 없는거랑 같은 얘기같다.
    나는 지금이 낫다.
    10대보다 20대가 나았고, 20대보단 지금이 낫다.

     

    3.


    재밌는 얘기들.
    1) 
    잘못된 것들을 먼저 사라지게 하려고 노력한다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어둠과 싸우는 것과 같다.
    그대의 집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대는 말한다.
    '어떻게 내가 촛불을 켤 수 있단 말인가? 촛불을 켜기 전에 먼저 어둠을 제거해야 할 것 아닌가?'
    2)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제자들은 물었다.
    '선생님의 장례식을 어떻게 준비할까요?'
    소크라테스 왈
    '나를 미워하는 자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독병을 가져오고 있다.
    그리고 그대들은 나를 파묻을 계획을 짜고 있다. 그러니 누가 나의 친구이고, 누가 나의 적인가?'

     

    4.


    나는 점점 언어와 멀어지고 있다.
    트레이딩을 하기전까지만 해도 나는 스스로를 굉장히 언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언어의 다양성과 표현의 미묘함을 즐겼다는 말이다.
    비록 의미있는 차이의 구분은 없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시각적인 사람이라고 느낀다.
    갈수록 정보이외에 수사적인 표현이 많이 섞인 책을 읽는게 힘들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교양서적들이 그런데, 그런걸 읽으면 도대체 이 인간들은 왜 이렇게 의미없는
    단어를 많이 적는건지 화가 자주 난다.
    개념적인 도식의 그림 몇개와 단어 몇개면 끝날 것을 10페이지에 걸쳐서 서술한다.
    예전과 다르게 나는 이제 표현의 다양성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은, 다른 사람이 한권의 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한줄로 얘기하는 것이다'

     

    5.


    인내심, 기다림은 믿음의 문제라는 생각을 딸을 보며 한다.
    곧 엄마와 아빠가 우유를 줄 것을 아는 아이는 기다릴줄 안다. 바로 폭발하지 않는다.
    안기고 싶을때도 자기가 부르면 누군가 올거라는 믿음을 가진 아이는
    다짜고짜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신호를 보내며 참을줄 안다.


    성실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최소한 내 인생을 살아낼 수는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고 기다릴 수 있다.
    하루에 20시간씩 일을 해도 미래가 없다는걸 아는 사람은 참을 수 없다. 그는 일하기보다 데모를 할 것이다.
    내가 잘 대하면 사랑을 얻을거라는 희망이 있는 자는 상대의 반응을 기다릴 수 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자는 데이트가 아니라 강간을 시도할 것이다.
    마치 최하위 계층의 원숭이가 분노발작처럼 암컷을 강간하듯이..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어, 나쁜 시기는 곧 좋은 시기로 될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사람은 손실을 견딜 수 있다.
    희망이 없는 자는 뛰어내리거나 도박을 시작할 것이다.

     

    6.


    또 신나게 깨져서 올해가 마이너스 상태이다.
    역시 두번의 큰 손실이 드라기와 옐런의 인터뷰 뒤에 있었다.
    탓하고 싶진 않다.
    어떤 상황에 기술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싶을 뿐이다.
    연구를 못해먹을 상황에 처해있는 것도 나 말고는 아무도 탓할 사람이 없다.
    돈을 잃은 것도, 연구가 멈춰있는 것도, 전부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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