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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4월의 기록
    트레이딩/내 기록 2019. 5. 29. 12:29

    1.

     

    늘 그래왔듯이 돈을 많이 잃은 날은, 양이가 죽었을때가 생각난다.
    목숨은 돈이랑 비교가 안되고 어쩌고.. 라고들 하는데
    내가 느끼기에 둘은 굉장히 비슷하다.

     

    2.


    나주집이 팔렸다.
    한동안 나주에 들릴일이 없을듯해서 부인과 나주에 같이 다녀왔고
    늘 한번 가보고 싶었던 나주 한옥도래마을에서 하루 묵었다.
    별로 였다.
    참 좋은 별로 였다.
    나주는 내집이라는 생각이 든 두번째 장소다.
    첫번째는 내가 공중보건의 생활을 3년간 했던 해남 땅끝마을 근처의 관사.
    두 장소의 공통점은 부인이다.

     

    나는 대구에서 15년쯤 살았고 어머니 아버지와도 25년쯤 살았다.
    하지만 단 한번도 대구가 내 고향이라거나
    어머니 아버지가 있는 집이 내 집이라고 느낀적이 없다.
    그걸 강하게 느낀건, 고등학교 졸업후 영국에 2달간 가있을 때였다.
    내 요청으로 주변에 한국인은 하나도 없었지만
    프랑스인, 독일인, 그리스인, 일본인, 브라질인, 덴마크인.. 전부 집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엄마가 보고싶다거나.. 어린 동생이 그립다거나.. 그런 얘기를 했지만
    나는 2달간 전화한통 하지 않았다.
    하기 싫은건 아니었다. 할 이유가 없었다.

     

    3.

    처음 국민학교때 같은반 애의 집에 가보고 내가 느낀건 
    '이 집은 따뜻하다' 였다. 어머니한테 그 얘기를 했다.
    내가 왜 그리 느끼는지 모르겠고, 섭섭하고 의아하지만 어머니는 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우셨다.
    그 말을 듣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약간 자책은 했다. 어머니는 우는데 왜 나는 아무렇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면 표현이 좋지 않았다. 

    정확한 의도는 '저 집에서는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나의 그것과 달라보인다' 였는데..

     

    학교를 다니며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언어 사용에서 의아함을 자주 느꼈다.
    내 이름을 걸고.. 라든가, 아버지 어머니 를 존경한다든가..
    맹세한다든가..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든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려고 쓰는 단어와 표현들이
    내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부자연스러웠다.

     

    물론 행동과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거의 무표정했고 말에 강약이나 음조가 없었다. 

    그리고 제스쳐는 한정적이고 어색했다. 

    그래서인지 애들은 나를 시체라고 불렀다. 


    4.


    첫 친구는.. 친구라고 해야하나..

    국민학교 3학년인가.. 나를 집단구타하는 이지메를 주도하던 애였다.
    나는 거의 혼자 멍하게 있거나 책을 보거나 그늘밑에 누워있기만 했기에
    뭐가 그리 재수없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암튼 2주정도 맞고 살았던거 같다.
    그리고 맞을때마다 어머니의 '지는게 이기는거다' 는 말을 떠올렸다.


    어느날 또 단체로 맞던중에, 그 주도자만 죽어라 팼다.
    걔 얼굴이 피와 멍으로 얼룩져서 선생이 더이상 사태를 무시할 수 없었고
    나는 판결에서 피해자로 선언되었다.
    비록 걔 얼굴이 망가졌고 나는 작은 생채기 몇개뿐이지만, 정당방위니까.
    다음날 걔가 나보고 친구하자고 했다.

    그게 걔한테는 굉장히 멋진 행동이었을까?


    그리고는 단짝이 되었는데..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서울공대 갔다는 얘기는 전해들었는데,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적이 없다.

     

    그리고 한명은.. 나의 중학교 시절 단짝이었다.
    정말 하루종일 붙어 있었다. 모든걸 같이 했다. 학교, 영어학원, 놀이터, 게임, 자전거, 오락실..
    그리고는 고1때 전학을 가면서 귀신같이 사라졌다.
    어느날 전해들은 말은, 걔 어머니가 걔한테 '재건이 안보고 싶냐?' 고 했을때
    '재건이는 내가 안보고 싶을거다. 재건이는 그런 애다' 라고 말했다는거였다.
    그 말을 듣고는, 내 자신이 꽤뚫어보여진 기분과 약간.. 당혹스러웠다고 표현해야하나..
    암튼 그런 감정을 느꼈다.

     

    5.


    내 판단으로도, 나를 꽤 잘 아는 의사친구의 판단으로도
    나는 자폐증 범주에 들어간다.
    다른사람 눈에는, 남에게 화 잘내는 재수없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으로 보였겠지만
    적어도 20대 중반까지는 나는 늘 자책하며 살았다.
    물론 자책만 한건 아니고, 남탓도 많이 했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남들처럼 느낄수 없을까..
    왜 나는 부모를 사랑하지 않을까.. 내가 배은망덕한 인간말종인걸까..
    나는 왜 선생들을 단 1초도 존중할수 없을까.. 내가 싸가지가 없는걸까..
    왜 나는 사랑할 수 없을까.. 내가 감정적인 장애인걸까..

     

    지금은 존경하는 사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보고싶은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일도 있다.
    물론 역겨운 사람도 있고 꼴보기 싫은 사람도 있고, 하기싫은 일도 있다.

     

    내가 감정을 학습한건지..
    아니면 단순히 사랑할만한 사람을 못 만났던건지, 아니면 내가 사랑을 느낄줄 모르는 사람인건지
    (친구말대로 내가 정이 없는게 아니라, 정줄만한 놈이 없었던건지..)
    어머니와 내가 케미가 안맞는건지, 내 문제인지 어머니 문제인지.. 
    결론내리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중요하지도 않고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말은 해석이지 현상이 아니고, 나는 말이 아니다.

     

    6.


    이런 잡다한 생각을 꽤나 오랜시간 길게했고 글도 길지만,
    감정적으로나 의미상으로나 별 중요성은 없다.
    정보는 뇌에서 의미단위로 처리되는게 아니라, 분량으로 처리되는거 같다.
    많으면 중요해보이고 시간이 많이걸리고 자주 떠오른다.
    하지만 의미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7. 


    부인에게 블로그에 이번달에는 이런글을 쓸거 같다고 얘기하니
    그런 얘기를 적을 이유가 뭐 있냐.. 다른 사람들이 알 필요가 없는걸 알게 되지 않느냐.. 같은
    얘기들을 했는데, 나는 이제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든 관계없는거 같다.
    내가 괴물이라고 생각하든 천사라고 생각하든, 현자라고 생각하든 돈에 미친 노름꾼이라고 생각하든..
    전부 나랑 별 관계없는 일이다.


    숨길만한 이유도 없는 얘기들이고 거짓말도 아니고
    가까운 사람들은 이미 내 입으로 다 들은 얘기고..
    자랑할 것도 아니고 부끄러울 것도 아니다.
    그냥 내 얘기다.
    몇 달전에 블로그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면서, 써놓길 잘했다고 느꼈는데
    그게 내가 여기 글을 쓰는 유일한 이유같다.

     

    8.

     

    환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병에 대해 주고받는 얘기들이 많다.
    거의 다 틀린 말이다. 신기할 정도로 맞는 얘기가 적다.
    마치 네이버나 디씨의 주식게시판 같다.


    9.

     

    동물과의 대화 - 자폐를 극복한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의
    국내도서
    저자 : 캐서린존슨,템플 그랜딘 / 권도승역
    출판 : 샘터사 2006.05.30
    상세보기


    제정신이라는 전제하에서는, 모든 이야기는 당사자한테서 듣는게 제일 좋다.
    니체를 철학강의하는 교수한테서 듣는거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
    그냥 니체한테서 들으면 된다.


    트레이딩은 트레이더에게서, 깨달음은 깨달은자에게서
    사업은 사업가에게서, 자폐증은 자폐인에게서.
    책이 나오자마자 봤으니 거의 10년전에 본건데, 참 좋은 책이었다.
    마음과 동물과 인간에 관심이 있다면, 누가봐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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