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3년 8월의 기록
    트레이딩/내 기록 2023. 9. 4. 15:38

    1.

    올해가 지지부진하다. 

    작년도 썩 좋지는 않았다. 

    안좋을 때가 올만큼 오래 버티기도 했다. 

    이럴 때면 나쁜 미래가 상상된다. 

    이대로 죽 돈을 잃고 트레이딩을 그만두는 그런 미래.

     

    과민반응이다. 

    지금 그런걸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걱정한다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걱정을 안한다고 돈을 잃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과 시장과 돈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 단순한 사실이, 내 마음과 세상이 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몇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전문의 수련받던 때가 떠오른다. 

    돈은 계속 날리고, 수련때문에 공부는 못하고 꾸역꾸역 주문만 내는데 

    일어나면 돈이 없어지고 자고나면 또 없어지고.. 

    결국 번 돈을 거의 다 잃었었다. 

     

    내가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더라?

    별 생각없이 그냥 멍하게 있었던거 같다. 

    돈을 잃는 아픔을 느끼지 않으려고 무감각하게 있으려고 했던거 같다. 

    지금도 좀 비슷하다. 

     

    2.

    여전히 일기와 책을 위주로 살고 있다. 연구는 거의 안한다. 

    아직 마음이 정리가 덜 됐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고 아직 살아있는가?

    나는 어쩌다보니 죽지 않은 인간인가? 

     

    3. 

    어릴때의 꿈이 생각났다.

    대학동기들 얼굴도 기억 못하고 예전 여자친구 이름도 까먹는 나에게 

    드물게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국민학교 때 살던 동네의 문구점.

    지저분한 아저씨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아무렇게나 쌓아둔 잡지와 만화책과 교재들 사이에 앉아서 

    손님이 오든말든 신경도 안쓰고 혼자 만화책을 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나는 그 가게가 좋았다. 

     

    중학교 때 거의 매일 다니던 게임가게 아저씨.

    컴퓨터 수리와 게임판매를 했지만 

    그저 혼자 좁은 방에 쳐박혀서 게임하는 것만 좋아하던 오타쿠였다.

    게임 파는것보다 재밌는 게임 찾아내는걸 더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게 나의 꽤 오랫동안의 꿈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런 방식과는 아주 거리가 멀게 살고 있다. 

    어릴 때의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때의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았다.  

     

    4. 

    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라는 말이 자주 생각난다. 

    내 마음이 회복되고 있다. 점점 내 정신이 내 것이 되려고 한다. 

     

    5.

    이번달 읽은 책들 속의 마음에 드는 구절들.

    a.

    어른은 다정한 말에 굶주려 있다.

    칭찬해야 할 때 하지 않는건, 비난하지 않아야 할 때 비난하는 것 만큼이나 비도덕적인 행동이다. 

     

    b.

    동물이 무리 내에서 괜찮은 지위를 확보하고,

    서식지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우울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행복은 수수께끼도 아니고 마법도 아니다.

    건강하고 자발적인 스케쥴로 생활하고 밝은 미래를 상상하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이다.

     

    c.

    낭만적 믿음은 항상 존재해왔지만, 몇 세기 전에서야 비로소 병이 아닌 것으로 판정받았다.

    영혼의 짝을 찾는 일이 인생의 목적에 근접한 어떤 것으로서의 지위를 갖추게 된 것은 최근이다. 

    18세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성인은 인생에서 낭만적 사랑과 성애, 가족이 양립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이 각각 독립적이라는 것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d.

    결혼에 대한 새로운 이상이 부르주아라는 특정 경제계급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지를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유사한 현상이 노동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역사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노동이 고통이 아니라는 생각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하지만 부르주아는 노동이 단지 생존을 위한 눈물의 골짜기가 아니며, 자아실현과 창조의 길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혼에 대한 이상과 마찬가지로, 노동에 대한 부르주아의 이상은 부르주아 계급의 중간적 태도가 구체화된 것이다. 

     

    e.

    보통, 사랑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 잡아줄 것같은 자질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그런 사랑은 완전해지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다.

     

    우리는 유아적인 사랑의 개념을 성인까지 갖고 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내고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우리를 더 나아지게 할 연인을 그린다.

    이것은 낭만이 아니라 재난 예고이다.

     

    우리의 낭만적 삶은 슬프고 불완전하게 끝날 운명이다.

    자유사상가가 모험을 추구하며 동시에 외로움과 혼란을 피할 수 있고,

    결혼한 낭만주의자들이 섹스와 애정, 열정과 일상을 통합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헨델은 자신의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만 완벽주의를 고집하는 절제력이 있었다.

    하지만 평균적인 부부는 대화, 요리, 미학, 교육, 정치, 패션, 섹스, 금전에 이르기까지

    온갖 영역에서 서로에게 이상을 들이민다. 

     

    낭만주의는 '제 짝'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장기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에게 적합한 파트너는, 흔쾌히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감정의 법칙을 거스르는 마법을 찾았다고 믿는게 아니라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견딜지 결정하는 일이다. 

     

    이미 완벽한 사람만이, 서로 가르친다는 생각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문화는 사랑도 믿고 일도 믿지만, 사랑을 위한 일은 믿지 않는다.

    어른의 사랑은 아이일 때 어떻게 사랑받았는지를 추억하는게 아니라,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상상해보는 것이어야 한다. 

     

    f.

    독신생활은 자신이 얼마나 정상적인지에 관해 그릇된 자아상을 만들어내는 습성이 있다. 

     

    사랑은 누군가 우리를 다시는 보지 않으려 할까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항상 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g.

    성인이 된 우리가 어떤 후보들을, 그들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너무 옳기 때문에

    -지나치게 안정적이고 성숙하고 분별있고 믿음직해서- 거부하게 되는건 얼마나 필연적인가.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는 삶이 조화로울 것이라는 믿음에서가 아니라,

    그 삶에서 겪을 좌절이 친숙하기에 그들을 쫓는다. 

     

    h.

    성적 욕구는 사전의 거리감을 전제로 하고, 그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 기쁨과 안도감을 선사한다.

    이제 이 연합된 존재들에게는 특별히 '남' 이라고 할만한 점도 없고, 좁힐 거리도 거의 없다. 

     

    i.

    중년의 유혹자가 솔직한 것은 자심감이나 오만함 때문이 아니라,

    죽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오는 조급함과 절망 때문이다. 

     

    j.

    우리 눈에 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 뿐이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에서야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냉소는 너무 쉽고, 그래서 얻는 것이 없다. 

     

    '트레이딩 > 내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년 10월의 기록  (0) 2023.11.06
    23년 9월의 기록  (15) 2023.09.30
    23년 7월의 기록  (6) 2023.08.03
    2023년 6월의 기록  (1) 2023.07.02
    2023년 5월의 기록  (4) 2023.06.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