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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5월의 기록트레이딩/내 기록 2024. 6. 1. 09:34
1.
근로소득 없이 트레이딩만 하다보니
하루하루의 손익에 마음이 민감해진다.
돈을 잃고나면 어딘가 의기소침하고 침울하고
돈을 벌고나면 어딘가 밝다.
다행히 하루에 몇번씩 계좌를 들여다볼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2.
패턴인식 시스템을 9개 추가한지 3주가 지났다.
짧은 기간이라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시스템을 추가하고서 나중에 봤을때 좋은 결정이었던 때의 그 느낌이 든다.
계좌가 덜 흔들린다. 변동성이 작아졌다.
다른 말로는, 분산이 되었다, 다양성이 증가했다.
데이터는 아니고 체감이지만 맞는거 같다.
3.
패턴인식 프로그램의 version2를 만들고 있다.
이전 것은 pattern1.version1 = p1.v1 이고
이번은 p1.v2
pattern2도 스키마는 짜놨다.
문제는, 데이터를 뽑고보니 너무 많아서 도저히 수동으로 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할 수는 있지만, 내 손으로 내 눈으로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pattern2는 이번보다 더욱 더 수동으로 하기 어려울게 자명하다.
그래서 지난 2주간 연구시간의 대부분을 tool 을 만드는데 쓰고 있다.
별 생각없이, 그래 이건 필요없지, 이건 좋지. 하며 하던 작업들이,
코딩을 하려니 매우 많은 단계와 피드백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 단계들 중의 마지막 부분을 코딩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를 제외하고, 내가 몇 시간 걸려서 하던 그 단계들이, 코드를 돌리면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4.
의사 일을 다시 해야하나?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는 한달이 지났다.
질문이 너무 막연한가 싶어서 몇가지 상상을 했다.
a. 자산 다 빼고 여유자금 50억 있으면 의사하고 싶을까? no
b. 10억 있으면? no
c. 의사로 돈 많이 벌고 남들 인정받으면 기분좋을까? no
d. 여유자금 50억 있으면 트레이딩할거니? yes
e. 500억 있으면? yes
f. 트레이더로 돈 많이 벌면 기분이 좋을까? yes
g. 의사하면서 트레이딩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을까? no
명백하다. 의사는 나에게 근로소득 외의 다른 의미가 없다.
근로소득의 공백에서 오는 불안감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활비 모자라서 애들 밥을 굶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나는 한동안 백수로 있어야겠다.
5.
은재는 날마다 칭찬을 듣는다.
오늘은 인사를 잘 했어요.. 그림을 잘 그렸어요.. 밥을 잘 먹었어요..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내가 누구보다 내 아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은재가 초등학교에 다닌지 3달, 학교 생활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 싶어,
담임에게 허락받고 몰래 가서 지켜봤다.
별 차이가 없었다. 수업시간의 반은 교실 뒤에 드러눕거나 땡깡을 피우고
제지하는 선생에게 발길질을 하고 벽을 때리고 끊임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급식시간은 여전히 쌀, 김, 고기만 먹는다.
담임이 각 가정으로 학교에서 한 활동지를 모아서 보내왔다.
은재가 3달간 수업에 참여한 것은 a4용지 한 장,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5글자 문장을 몇개 따라쓰기 한것이 전부다.
당연히 교과서는 다 백지거나 내용과 아무 관계없는 낙서 뿐이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이 은재를 칭찬한다. 그리고 아무도 은재를 혼내지 않는다.
내가 몰래 가서 은재를 지켜본 날, 보조선생은 내가 그렇게 한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하교시간에 은재를 데려다주며 또 칭찬을 퍼부었다.
나는 그래요? 하고 웃고 말았다.
6.
은재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연이 생각이 났다.
수연이는 은재만큼 칭찬받고 사는가? 아니.
수연이는 은재보다 덜 혼나고 사는가? 아니.
수연이는 은재보다 편하게 사는가? 아니.
은재가 유치원에 다닐때부터 계속 이어져온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못할 이 상황이, 이제야 이해됐다.
수연이는 '은재는 왜 숙제 안해?', '은재는 왜 안혼나?' 라고 묻는다.
수연이가 아닌 다른 아이는 아무도 그렇게 묻지 않는다.
수연이에게 아직 은재는 자기와 같은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나와 수연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은재는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인간이 아니기에 수업시간에 자리에 앉지 않아도 혼나지 않는다.
인간이 아니기에 책상을 내려치고 벽을 때리고 선생에게 발길질을 해도 혼나지 않는다.
인간이 아니기에 채소를 3달간 하나도 먹지않고 김과 고기만 먹어도 칭찬 받는다.
인간이 아니기에 수업을 전혀 듣지 않고 혼자 abcd만 쓰고 있어도 칭찬 받는다.
다들, 원래 은재는 그렇다. 라고 하며 이해하고 배려하려 한다.
그게 맞나? 그게 은재를 더 버릇없고 나쁜 아이로 망치는것 아닌가?
그런 태도가 장애인혐오를 더 키우는것 아닌가?
배려받아야 되는건 은재가 아니라 은재교실의 다른 학생들 아닌가?
나는 은재를 혼낸다. 울 때까지 혼낸다.
발로 차면 발을 손바닥으로 때리고 식탁을 내려치면 손을 때린다.
내가 옆에 있으면 은재는 채소도 먹고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
나는 은재를 괴롭히고 있는가? 나는 아동학대범인가?
선생님들이 나처럼 할 수 없는 이유는 알고있고 이해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가 아니라 이념적인 이유는 정말로 이해를 못 하겠다.
결론은, 늘 하던 생각과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이제야 이해됐다.
그리고 나도 점점 은재의 손을 놓고있다. 가르치는걸 점점 포기하고 있다.
은재가 탈락했던 특수학교에 자리가 생겨서 전학을 가는게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처음 은재가 진단받고 나는 은재가 일반직장을 가질걸 포기했다.
장애어린이집을 졸업할 무렵, 은재가 장애인 직장을 가질걸 포기했다.
아마 조만간 나는, 은재가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걸,
그리고 정상인들과 섞여 살 수 있으리라는걸 포기할 것 같다.
내가 마지막으로 내려야 될 결정은, 은재가 가족과 한 공간에서 살 수 있느냐.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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