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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5월의 기록트레이딩/내 기록 2019. 5. 28. 05:39
1.
내 꿈은 무엇인가?
모르겠다.
꿈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헤프게 쓰여져서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되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나는 역사학자, 동물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소설가, 철학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던거 같다.
결국 스스로 느끼기에도 놀랄만큼 나는 금방 그만둬버렸다.꿈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몇년 전부터 나는 그저 전업투자자가 되고 싶다.
이번은 스스로 놀랄만큼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 다음은?
모르겠다. 나는 자유의 공기를 마셔본 적이 없다.
땅 속에 있는 두더지가 땅 위에 가서 뭐 하고 싶은지를 어찌 알겠나?
땅 위에 올라가봐야 알거 같다.2.
나는 의사로서의 자존심이나 사명감이나.. 뭐 그런건 없다.
모르겠다. 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있다고 하면 있는거겠지만,
없어보인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도, 있어보인다는 얘기는 들은적이 없다.
환자 보는건 좋아하는 편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환자들도 나를 좋아하는 편이고..
의학 자체는 그럭저럭 재밌다.하지만 의사가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두고 싶지는 않다.
트레이딩이 더 좋고 책 뒤적이고 부인이랑 놀러다니는게 더 좋다.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의사는 현재의 개판 의료체계에서는 밥먹고 살기 힘들다.
내가 영국인이었다면 꽤나 만족스럽게 1차진료의사로서 일할 수 있었을 것같다.
나는 한국의 모든 보험 관련된 의료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많이 무너져서 예상하고 말것도 없지만,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의학적으로 의미있는 행위들은 거의 모두 경제적으로 의미없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의학적으로 의미없는 행위들만이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행위가 될 것이다.내년에 최대한 일이 적은 수련병원에 들어갈 계획을 잡았다.
내 삶에서 이토록 진심으로 뭔가를 원해본 적이 없을만큼 트레이딩으로 성공하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인생이 되는건 아니다. 그리고 트레이딩이 실패한다고한들 자살할 생각은 없다.
트레이딩이 실패하더라도 나는 살아갈 것이고, 내 가족에게 밥을 먹이고 싶다.
나에게는 안전한 수입원이 필요하고, 나는 의사말고는 그런 수입을 얻을 구석이 없다.나는 승부사 기질 같은건 없는 사람같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의사라는 직업에 최소한만 투자하는 내 선택이 억울하지는 않을테고
내 예상이 틀리다면, 어쨋든 이득은 돌아올 것이다.
내년부터 1년반 정도는 연구를 거의 못하게 될테고, 최소한 몇 년은 이런 식으로 이중생활을 할 것 같다.
어쩌면 평생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3.
5월은 꽤나 잃었다.
기대했던 ct 는 제자리고, tf 에서 줄줄 돈이 새어나갔다.
또 다시 미국연방 뭐시기랑 유럽 드라기랑.. 그런 사람들이 인터뷰를 한 그날그날 돈을 많이 잃었다.
유럽 드라기였나.. 누군가가 금요일에 인터뷰가 있었고
토요일 아침에 전날 주문체결내역을 보다가 손실을 확인하고는
왈칵 눈물이 나와서 모니터앞에 앉아서 한동안 울고 있었다.
그리고는 며칠동안 밥맛도 없고 기분이 굉장히 안좋았다.
이제 그만둬야하나.. 그런 생각만 들었다.그런데 웃기게도 계속 하던 짓이라 그런지 공부는 계속 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이런 변명이 떠올랐다.
'4년 다 되어가는데 아직 나는 안죽었다. 이 정도만 해도 많이 올라온거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지금은 내가 겁쟁이라서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그만두고나서 내가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이것이 없을때, 내 안에 생길 공백이 두렵다.
그리고 지금 그만두면, 깔끔하게 그만두지 못하고 결국 질질 끌며 다시 돌아올 것이 두렵다.
부인은 또 다시 무언가가 생길거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무언가가 생긴다는게 맞는 말이라는건 안다.4.
"언젠가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으로 나눈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나눈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다"
니체의 말이다. 정확하지는 않다. 내 기억속에 있는 말이니.
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지도 않고 부끄럽지도 않다.
이렇게 느낀지는 꽤나 된거 같은데, 자연스러워서 자각을 못 하고 있었다.
모든 뉴스가 호재나 악재는 아니듯이, 모든 신호가 상승이나 하락은 아니듯이,
나는 자랑거리도 아니고 부끄러운점도 아니다.'트레이딩 > 내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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