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14년 8-11월의 기록
    트레이딩/내 기록 2019. 5. 28. 12:56

     

    1.


    이유를 모르는것과 이유가 없는것의 차이..
    한정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건 굉장히 많은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주가가 하락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저평가다. 따라서 주가는 다시 오를거고 그러므로 나는 주식을 산다...
    같은 방식은 굉장한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을 아는자가 아니라면 이유가 없다고 말할수없다. 이유를 모른다고 말해야한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정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이유를 모르는것과 이유가 없는것을 구분할 수 없다.
    이유가 있는것은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이유를 아는것도 안다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는것과 이유가 없는것은, 이유를 모른다고만 말해야한다.
    그러므로 결국, 이유가 없어서 주식을 사는것은 이유를 몰라서 주식을 사는것이다.

    한편 나는, 우리집 냉장고에 키조개가 없다고 말할수 있다.
    누군가가 나 몰래 우리집 문을 따고 들어와서 냉장고에 키조개를 넣어두고 살며시 집을 나갔을 수도 있지만,
    나는 꽤나 자신감있게 우리집 냉장고에 키조개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 요소를 배제해서, 지금 내가 냉장고 문을 열고서 안을 뒤져보는 중이라면
    정말 자신있게 키조개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주가가 하락했을때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시간요소를 배제하더라도, 나는 시장에 이유가 없는건지 내가 이유를 모르는건지 구분할 수 없다.
    나는 모른다. 그리고 모르는것에 따라 행동할 수는 없다.


    2.


    나는 부모님에게 감사는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잘 모르겠다.
    아마 양이가 사람이었더라도, 내가 죽어도 그리 슬퍼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좀 울적하기는 했겠지만 내가 느낀것만큼 슬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만큼 나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자식이 죽는걸 부모가 슬퍼하는만큼, 부모가 죽는걸 자식이 슬퍼하기는 힘들다.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내 아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존경하지 않더라도 화나지 않을것 같다.

     

    3.

     

    그저께, 11월 28일 저녁에 딸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 날은, 내가 거래를 시작한 이후로 하루동안 제일 많은돈을 번 날이다.
    별 의미없는 우연이다. 하지만 꽤나 감상적인 우연이다.
    괜한 감상에 잠깐 젖었는데, 이후로는 다음달에 많이 잃는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이런 걱정도 괜한 감정이니, 아마 곧 사라질 것이다.


    3.8kg 이어서 분만이 힘들었다. 부인이 너무 힘들어보여서 안쓰러웠다.
    애를 처음 봤을때, 눈물은 안나고 웃음이 나서 웃었다.
    애도 나오느라고 힘들고 부인도 힘든데, 부인 걱정이 더 됐다.
    나는 아빠이기전에 남편이고 남편이기전에는 그냥 나 인거같다.

     

    4.


    학생때 연애할때 나는 여자친구들한테 별로 잘해주지 않았다.
    뭔가 요구가 있을때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걸 내 잘못이라거나 내가 더 잘했어야하는데 라거나.. 그런 생각은 안했다.
    내가 그 여자를 별로 안좋아하는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부인한테는 그럭저럭 하는 편이다.
    노력한 적은 없다. 집에 일찍 들어오려고 애쓴적도 없고 더 신경써주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냥 하게 된다. 나는 부인을 사랑하니까.
    아마 애한테도 그럴거 같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노력과 희생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으로는, 돈없는 사람이 기부할 수 없는것처럼 불행한 사람도 남을 행복하게 해줄수 없다.
    행복은 흘러넘쳐서 전염되는 것이지, 퍼주는게 아니다.
    내가 희생해서 널 행복하게 해줄게 같은 말을 나는 싫어한다.
    결국 나의 행복이 흘러넘쳐서 부인과 애한테 스며들어야 하고,
    그러니 내 인생을 더 잘 사는게 최선이다.
    트레이딩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하고싶은 것과 옳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삶을 지탱할 수 없다면,
    남들이 하라는 것을 하고 남들이 옳다는 것을 하면서만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다면,
    내 생각과 내 의견을 누구에게도 말할 자격이 없다.
    그 경우에 나의 가치판단은 전부 쓸모없고 현실에 맞지도 않는 망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랑할만한 아빠가 되거나 존경받는 아빠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믿는것을 말할 자격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5.

    내 이름은 재건 이다. 在 있을 재 建세울 건.
    형 이름은 현권 이다. 賢 어질 현 權 권세 권.
    외할아버지가 아는 작명가가 지었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그 사람이 자기 인생은 잘 살았는지도 모르고, 남에게 이름을 지어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결국 형은 권력을 가져서 잘 쓰라는거고, 나는 뭔가 실질적인걸 만들거나 이루라는 의도다.
    국민학교때 처음 한자의 뜻을 알면서부터 나는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딸 이름을 수연 이라고 지었다.
    나는 한자를 쓰지않고 발음만을 생각한 한글이름을 쓰고 싶었다.
    내 의도가 아이한테 억지로 주입되는 기분이 들어서 이름에 뜻을 넣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음은 주로 부인이 짓고, 한자는 주로 내가 결정했다.
    樹 나무 수, 然 그러할 연.
    최대한 자연(自然) 같은 느낌으로, 인위적인 의미가 없는 이름을 주고 싶었다.

     

    6.


    부모님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고 나도 자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것은 우연이다. 꽤나 아름답고 흉하기도 한 우연이다.
    나에게는 부인이 부모님이나 자식보다 더 중요한 존재고, 나는 이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으로 만난 사람보다 자신의 결정에 따라 만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것.
    관계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서 우연보다 의지를 높게 평가하는것.
    결국 모든 것에 대해서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 고 말할 수 있게 되는것.
    삶의 모든 면에 대해서 의식적이 되는것.

     

    '트레이딩 > 내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1월의 기록  (0) 2019.05.29
    2014년 12월의 기록  (0) 2019.05.28
    2014년 6-7월의 기록  (0) 2019.05.28
    2014년 2-5월의 기록  (2) 2019.05.28
    2014년 1월의 기록  (0) 2019.05.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