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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2월의 기록
    트레이딩/내 기록 2019. 5. 29. 12:07

    1.

     

    나는 겁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연구와 가족을 미루고 병원에 들어온 유일한 이유는, 
    내가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겁 자체는 좋은 것이다. 두려움도 좋은 것이고, 부끄러움도 좋은 것이다. 
    다만 의문은 내가 제대로 겁을 내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잘 모르겠다. 망해가는 보험회사에 생활비를 납입하는 기분이 든다. 


    3월중으로 의학공부가 어느정도 끝나는 시점까지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올해 1년을 마치는건 괜찮은 선택이라는 결론으로 되돌아갈 것같다. 
    그리고 내년에도 이정도의 노동강도를 유지하는 선택은 절대로 하지 않을것 같다. 
    연구를 3달 쉬면서 계속 조바심이 드는데, 이것도 그저 나의 조바심이다. 

     

    애초에 1년마다 바뀔 시장의 얼굴을 연구한게 아니기에 
    내가 연구를 1년 쉰다고한들, 내가 아는 시장의 얼굴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시장의 얼굴은 많이 바뀌겠지만, 어차피 나는 모를 것이다.

     

    2. 


    어떤 소설가가 이런 얘기를 했었다. 
    '내 의견을 얘기하고서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면, 나는 내 의견을 의심하게 된다' 
    대강 이런 얘기였다. 사실, 소설가였는지 뭐였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퇴근길에 꽉꽉 막히는 차들 사이에 갇혀서 
    나는 뼛속까지 아웃사이더구나.. 라고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다니는 길에 끼여있으면서 
    내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근본적으로 나의 삶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너무나 자주 받는다. 

     

    3. 


    내가 6년전에 도시를 떠나고나서 
    한번씩 되돌아올때마다 왜 그토록 도시가 싫었는지를 알았다. 
    도시는 소음으로 가득차있고 공백이 없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소음을 극복할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다. 
    학생이던 10년넘는 시간동안 왜 단한번도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가지 않았는지를 이제야 이해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나는 눈앞에서 부인이 죽는걸 보면서는 명상도 못하고 연구도 못한다. 
    자동차로 꽉 들어찬 도로안에서도 내 두뇌는 멈춘다. 
    나주 시골길을 출퇴근하면서는 생각할 수 있었다. 
    구름낀 하늘이나 들판을 보면서도 할수있다. 


    4. 


    종교적이라는 말은 나에게.. 
    사회적이라는 말의 반대지점을 의미하는 것같다. 
    대개 종교는 사회적이다. 
    나는 그래서 대부분의 종교가 종교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장난이고 넌센스이다. 
    아마도 종교적. 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더 괜찮은 단어를 찾기가 참 힘들다. 

     

    그리고 종교와 다르게 깨달은자들은, 내가 의미하는 종교적이라는 단어에 잘 맞는다. 
    예를 들어서 기독교는 종교적이지 않다. 하지만 예수는 종교적이다. 
    불교도 종교적이지 않다. 하지만 부처는 종교적이다. 
    다른 종교도 전부 마찬가지다. 


    철저히 개인적이고, 알맹이에만 집중하는 것을 나는 종교적이라고 부른다. 
    완전한 종교성 안에서는 이름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규칙도 없고 조직도 없을 것이다. 
    완전한 사회성 안에서는 이름만 있고 내용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규칙과 조직이 잔뜩있고 개인은 사라질 것이다. 


    5. 


    소금물과 유령 이라는 단어를 요즘 혼잣말 할때 자주 쓴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소금물이다. 
    그만 마셔야 된다. 
    그리고 실체가 없는데 무서운건 유령이다.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6. 


    내가 느끼기에.. 
    대부분의 주식거래자는 주식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무원은 공무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사는 의학에 관심이 없다. 
    아마 모든 직업이 동일할 것이다. 
    나는 의학에 관심있는 훌륭한 의사라는 얘기가 아니다. 
    겁쟁이라서 병원에 들어왔을 뿐이니. 
    다만 회의감과 냉소와 일과는 관계없는 감정싸움이 
    열정과 지성의 자리를 차지한 곳에서 일하는 것은, 나를 지치게 만든다. 

     

    7. 


    요즘의 부모님은 나를 그 어느때보다 좋아하는것같다. 
    나는 내 자신이 이렇게 맘에 안든적이 최근 5년간 없었는데.. 
    내가 자신들이 아는 길을 걷는게 기쁜가보다. 
    아마 내년에는 부모님이 나를 덜 좋아하게될 결정을 내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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