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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7-8월의 기록
    트레이딩/내 기록 2019. 5. 29. 13:52

    1.


    뒤틀린 생각이다만..
    지난 10년간 주식은 싸서 사도 벌고 비싸서 사도 벌고 그냥 사도 벌었다.
    그래서 주식을 이리저리 거래하는 정말 다양한 방식들이 이야기 되지만,
    그 방법이 정말 좋아서 돈번게 아닌거 같다.


    단순히 말하면 금을 거래할것 같으면 그냥 금을 사서 가만히 들고있는것 보다는 잘해야 의미가 있고
    주식을 할것 같으면 인덱스를 가만히 들고 있는것 보다는 잘해야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모든 주식을 언제나 가지고 있는것과
    특정한 주식을 특정한 시기에 가지고 있는것의 비교인데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이유로 어떤 주식을 언제 선택했든간에
    인덱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여야만 그런 선택에 의미가 있다.

    요즘 듣는 트레이딩 인터뷰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인덱스보다 나쁜 그림을 보여준다.

     

    대개 조건을 더 걸고 필터를 더 걸면 좋아진다고들 하지만
    내가 겪어온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마켓익스포져를 줄이면, 즉 시간과 공간에 대한 노출을 줄이면
    대부분 성능도 같이 줄어든다.
    대부분은 기회의 제한이 성능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기회를 제한하면서 성능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잘 없지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 


    딸을 보면서 부인 생각을 자주 한다.
    그리고 아들을 보면서 옛날 내 생각을 자주 한다.
    부인이 어릴때 딸같았다면, 그리고 지금 아들이 어릴때의 나 같다면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 생기고 이렇게 사는걸 보면
    사람이 얼마나 안바뀌는지, 가르쳐서 고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학생때 숙제를 한번도 한적이 없다.
    그러면 선생들은 숙제하지 않은 아이들을 때리거나 망신을 주거나 청소를 시키거나 하는데
    나에게는 망신을 당한다는 개념이 없었고
    맞거나 청소를 하는게 더 빨리 끝났기 때문에 숙제를 하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 있던건, 숙제에 걸리는 시간과 청소하고 맞는데 걸리는 시간의 비교였다.
    내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내 마음속에 들어올 수 없었다.
    부끄러움이나 남들의 낮은 평가나, 선생과 부모님의 실망같은 가지를 쳐낸게 아니었다.
    가지가 하나도 없어서 단순 시간의 비교라는 가지를 만든것이다.

     

    숙제를 하기 시작한건, 중학교 어느날부터 맞는게 반성문으로 바뀌어서였다.
    있지도 않은 감정을 써내려가는것, 일종의 역할놀이,
    나는 잘못을 뉘우치는 학생입니다.. 그건 너무 힘들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하는지도 어려웠거니와 있지도 않은 것을 쓴다는게 너무 괴로웠다.
    나는 잘못하지도 않았고 뉘우치지도 않았다.
    정직해서 거짓말을 힘들어한건 아니다. 남들이 거짓말을 얼마나 하는지 몰라도 나도 한다.
    단지 역할놀이를 못하기 때문인거 같다. 나는 연기를 못한다.

     

    시스템 트레이딩도 매한가지다.
    유일한 가지는 시스템이다. 다른것은 내가 알지 못한다.
    내 본능은 신호를 어기라고 말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라고 하지도 않는다.
    시스템 트레이딩이 나에게 힘든건 그런게 아니라, 돈버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내 머리가 영 별로라서 좋은 아이디어가 없다는 말이다.

     

    아들을 보면, 그래. 내가 저랬었지. 나는 감정들을 배운것이지. 라는 생각,
    지름길을 보여주고 싶지만 지름길이 없다는 생각,
    이미 길을 지나와버린 나는 아들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내가 길을 지나기 전이었다고한들 아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은 왜 있나? 뭐에 쓸모가 있는가? 기능적인 설명은 가능하다.
    감정은 숏컷이다. 빠른 반응. 다른것들을 쌓기위한 기초.
    감정이 풍부하고 과장된 사람이 있듯이, 감정이 희미하거나 간략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없는것은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

     

    배운것은 남들이 말하는 감정과 조금 다른것 같다.
    기능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남들을 보면 감정은 딱 밀착된 것같다.
    남들에게는 뼈와 살인데 나에게는 피부 혹은 딱붙는 내의 정도.
    물론 모든 감정이 그렇지는 않다. 옛날부터 뼈와 살인것도 있었고
    예전보다는 훨씬 내 살같이 된게 많다.
    어쨋거나 학습된 속효성 반응체계인 이것을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이제는 꽤나 자연스러운 것이 많다. 무엇이 나이고 무엇이 내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만큼.
    감정이라고 별 특별할건 없다.
    운전도 익숙해지면, 뭐가 배운것인지, 뭐가 원래 나인지,
    뭐가 본능이고 뭐가 본능이 아닌지 구분할 수 없다.
    그래도 아직도 많은 것들은 나에게 운전보다 외부에 있다.

     

    아직도 배우는 중인지 이게 한계인지는 모르겠다.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과 핀트가 완전히 엇나간다.
    뭐가 옳은 대응인지 모를때 나의 대응은, 웃는다. 같다.
    의식해서 억지로 웃는건 아니고 그냥 웃음이 나온다.
    아마도 이게 대부분의 경우에 가장 무던한 선택지라서 내 몸에 익어버린 것같다.

     

    그래서 핀트가 엇나가는 가장 잦은 경우는,
    다른 사람이 심각하거나 슬프게 이야기한걸 듣고는 내가 웃고 있을때다.
    그리고 회식때나 중요한 행사자리에서.. 암튼 격이 있는 자리에서
    나는 그냥 하는 말인데 다들 빵터져 웃을때가 꽤 있다.
    아마 내 말투나 행동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그럴때는 뭐가 웃겼던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데
    그냥 가만히 나도 웃고 있는다.

     

    누구한테 가장 많이 배웠나? 부인에게서.
    한번씩 왜 부인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논리는 다를 바 없다.
    결국 하는 말의 내용에 있어 큰 차이를 보였던건 아니다.
    부인은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라기보다는 건강한 사람이다.
    내 눈에 건강한 정신을 가진사람은 10명에 하나 될까말까하니 보통사람이라고 하면 안되겠다.
    아무튼 부인이 부처나 니체처럼 나에게 색다른 깨달음의 문을 보여준것도 아니고,
    남들이 한번도 나에게 말한적이 없던 그 무언가를 말했던것도 아니다.
    내용이 같은데 왜 다르게 느껴졌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다르게 느껴진다.

     

    어릴때부터 역사, 무협소설을 좋아했다.
    특히나 코에이에서 나온 역사 게임들을 좋아했다.
    내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던건, 정치나 매력 수치가 높은 사람을 보내면
    같은 내용임에도 안되는걸 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력이 높은 사람이 안되는걸 되게 만드는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이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형에게 물어봤다. 이게 왜 이러냐고.
    형은, 당연하지.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라고 했다.
    형한테 꼬치꼬치 따져물어봤지만 그게 왜 다른지를 설명하는건 어려운것 같았다.
    왜 형한테는 짬뽕보다 짜장면이 맛있는지 꼬치꼬치 따져묻는게 의미없듯이,
    그것도 의미없는 질문같았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걸 이해하는데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어떤 내용을 부모님이 얘기하든 모르는 아저씨가 하든 책에 적혀있든 티비에 나오든
    나에게는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걸 가장 잘 느낀건, 수능을 치고나서 술을 마실때
    잘 생기고 예쁜애들이 헛소리를 해도 전부 고개를 끄덕거리는걸 볼 때였다.
    못생긴 애들이 헛소리를 하면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내용은 똑같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게 직관적으로 다르게 느껴지는것 같았다.
    나는 다르게 느끼지는 않지만 다르게 대응해야할 필요와 상황을 배웠다.

     

    아들에게 내가 별 도움이 될 수 없을것 같다는 사실이 슬픈데,
    더 슬프고 걱정되는건, 내가 어떻게해야 해가 되지 않을지도 잘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3.


    조금 우울하고 활력이 없다.
    한동안 의학공부가 재밌었는데 재미없어지고 있다.
    의학공부나 다른것들은 하고나면 개운한 기분이 없다.
    트레이딩 공부를 하고나면 제대로 운동한 후에 느끼는 말끔한 느낌이 있다.
    어설프게 걷는듯이 뛰거나 스트레칭인지 뭔지 모르게 이상하게 운동을 하고나면
    전혀 개운하지 않듯이, 트레이딩 말고는 다 그런 느낌이다.

     

    단순히 집중도나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이나 창의성의 문제가 큰것 같다.
    내가 시원찮은 의사라 그렇지만은, 창의적이어야할 경우가 정말 없다.
    했던 일의 반복이 지치게 만든다.
    트레이딩도 새로운걸 만드는게 아니라
    맨날 데이터정리나 하고 시스템을 손으로 일일이 날마다 계산하고있으면.. 상상만해도 지친다.

     

    새로운것과 낡은것의 균형, 불안정과 안정의 균형이 삶에 필요하다.
    트레이더들이 인터뷰에서 그런얘기를 자주한다. 안정적인 가정생활이 중요하다.. 같은.
    맨날 새로운것을 찾아나서는 일이라서 균형을 맞춰야한다는 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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