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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2월의 기록
    트레이딩/내 기록 2019. 5. 29. 14:05

    1.


    목포로 이사를 했다.
    집은 보통의 평범한 34평 전세지만 나에게는 넘칠 정도로 좋다.
    나는 물건에 쉽게 만족한다.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래서 친구나 부인에게 좀 좋은걸 사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 컴퓨터는 나보다 좋다. 저 시계는 나보다 훌륭하다..
    이번에 3년쯤된 신발을 버리고 15만원하는 신발을 하나 샀다.
    또 그런 생각이 든다.
    나보다 더 완성된 제품이다.


    부인에게 이런 얘길하니, 남들은 더 좋은거 신고 다닌다고 뭐 이런거 가지고 그러냐고 한다.
    남의 신발을 쳐다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2.


    고향이라기엔 좀 이상한 곳이었다.
    나는 어릴때 강원도 산골에 있었고, 그 다음은 경남 촌에 있었고,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아버지 고향인 대구로 와서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왔다.
    나는 그곳에 정이 가지 않았다. 물론 그전의 강원도와 경남도 정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것저것 갖다댈 이유는 많지만 하나를 집으라면 모르겠다.
    내가 그곳에 있을때 행복한적이 거의 없었다는게 이유라면 이유같다.


    어쨋거나 그래서 나는 30살쯤 될때까지
    고향의 푸근함이라든가, 시골집에 가고 싶다든가..
    더 넓게 말하면 가족의 느낌이 어떤건지 알지 못했다.
    공중보건의를 했던 관사를 떠나고 나서, 결혼하고 처음 살았던 집을 팔고 떠나면서,
    그곳들이 종종 그리웠고 한번씩 지나갈때면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나는 25살이 되어서야 처음 집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새로운 집이다. 아마 나의 새로운 고향이 될 것이다.
    돈벌면 집은 옮길거지만 동네를 옮길 계획은 없어서, 별일 없으면 여기서 늙어죽을 수도 있다.
    그래야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그럴수도 있다는 말이다.

     

    3.

    땅값이 비싸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 와닿았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땅값이 비싸면 임대료가 비싸고, 그러면 장사하는 사람은 더 많이 더 비싸게 팔아야 한다.
    일하는 사람은 더 많이 더 빨리 일해야 한다.
    노동자는 같은 소득이라도 높은 집세와 물가로 인해 쓸수있는 돈은 더 적어진다.
    더 가난하다는 말이다.


    땅값은 단순한 비용과 숫자가 아니었다.
    그건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과 생명의 행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다.
    아마 지금도 나는 그 의미를 덜 음미하고 있는것 같다.
    병원 입장으로 비유를 하자면, 높은 임대료와 유지비용을 메우기위해
    비싼 비급여진료의 비중이 높거나
    환자를 미친듯이 많이 보기위해 미친듯이 짧게 보거나
    불필요한 급여진료를 이것저것 더 쑤셔넣어야 한다.
    속되게 말하자면 환자를 벗겨먹어야 한다.
    그러기위해 병원은 일하는 의사를 다그친다.


    내가 피로감을 느낀건 그런 속도와 긴장감, 그리고 진리와 관계없는 방향성 인것 같다.
    그런걸 에너지 혹은 열정 혹은 기회.. 같은 단어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4.


    다음주부터 출근한다는게 실감이 안난다. 사실 일자리를 얻고나서 좀 후회했다.
    후회만 한건 아니고 좋은 느낌도 조금은 있었지만..
    이렇게 이사하자마자 일을 시작했어야 했나,
    지금 내가 일을 하고 싶은가,
    뭘 하고싶은지 머리가 아니고 마음으로 결정이 되었나,
    ..등등 배부른 이유였다.


    잘 모르겠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뭘 하고싶은지 모르는 것이다.
    의사로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안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내가 그러고 싶은가?
    잘 모르겠다.
    나는 의사이기 전에 인간이다.

    작년에 잘 되는 선배들 의원이나 병원, 친구들이 취직해있는 병원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리고, 아 이렇게 하는게 나한테 맞겠다. 이런쪽으로 파는게 나한테 맞겠다. 는 정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그러고 싶은가? 이다.


    정말 미안한 소리지만, 내 눈에 그 성공한 선배들이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원래 알던 사이나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직접 그렇게 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와닿지도 않았거니와 시원하지도 않았다.
    나는 저렇게 장사 잘되면 행복할까?
    저렇게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떤 비용을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가?
    그걸 모르겠다.


    그리고 또 결정하기 힘든건 트레이딩이다.
    얼마나 시간을 줘야할까? 1년? 2년? 10년?
    정하지를 못하겠다.
    왜 못 정하냐면, 이게 내 꿈이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나고 그때부터 내가 트레이딩으로 밥먹고 살면, 때돈은 못 벌면,
    나는 만족한다.
    20년이 지나고서도 괜찮을것 같다. 그래서 정할수가 없다.
    딱히 좋은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급할건 없다. 한동안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나를 기다리면 된다.
    생각보다 나는 아직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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