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의 기록

1.

아버지는 다행스런 결과가 나왔다. carcinoma in situ. 상피내암. 

간단한 수술로 끝났다. 대구에 가서 아버지 얼굴을 봤다. 볼살이 더 빠졌다. 

슬펐다. 옛날에 양이가 죽기전에 점점 수척해지던게 떠올랐다. 

 

앞으로도 위험하기는 하다.

술도 여전히 마시고 고기도 좋아하고.. 식습관을 바꿀 의향은 전혀 없고.. 

 

2. 

이것저것 많은 것들이 머리를 오갔다. 

아직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아직 무엇이 희미하고 무엇이 선명한지 잘 보이지 않는다. 

바가바드 기타의 구절들을 정리해서 한번 올릴 생각이다. 내가 보기 편하도록. 

좀 웃기는건, 니체에게서 도망치듯이 바가바드기타로 갔는데 

나는 다시 니체로 돌아갈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내가 보기에는 많은 것들이 비슷하다.  

 

3. 

몇달 전에 기초적인 함수와 개념을 잡아놓고 중단된 상태로 있던 연구를 좀 했다. 

필요한 분류를 몇가지 했고 테스트를 어떻게 할지 정했고.. 

이제 코딩좀 해볼까.. 하던중에 아버지 얘기를 듣고 또 중단된 상태다. 

 

4.

요즘은 수면제 안먹고 잘 잔다. 

기분이 더 올라오지는 않는다. 눈물로 잠들 때가 꽤 있다.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느낌.. 이미 내가 죽어버린 느낌..

 

옛날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나는 어릴때부터 우울증 환자였던거 같다.

내가 우울하지 않았던건 예외적이었다. 

이따금 그런 기분이 사라진다.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을때, 눈을 돌리고 있을때, 내가 나를 보고 있지 않을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