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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의 기록트레이딩/내 기록 2021. 5. 3. 13:28
1.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인 우엘벡의 신작이 있었다.
신작이라기에는 거의 1년전에 나온거다만..
많은 감정과 동의를 느낀다.
탈출구나 좋은 대안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결론까지.
쉽게 말해 해피엔딩의 예감이 없다.
우엘벡의 책을 전부 가지고 있다가
목포로 이사오면서 다 중고로 팔았는데 전부 새로 주문했다.
한동안 이거랑 왕좌의 게임에 빠져있을거 같다.
2.
포트폴리오 구성과 머니 매니지먼트에 대한 논문을 몇개 봤다.
그리고 브리지워터 블로그와 한국트레이더의 블로그를 몇 개 봤다.
트레이딩 책도 하나 읽었다.
별 소득이 없었다.
남의 작업을 기웃거릴때마다 느끼지만
지금 내가 해야하는건 내 작업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내 우울증 탓을 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이므로 결국 내 탓이다.
3.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 기분이 든다.
다시 식사와 수면이 개판이 되었고 노동의욕도 그렇다.
내가 섣부르게 약을 줄였던걸까?
결국 다시 먹던대로 약을 늘렸다.
정말 배부른 소리인지 알지만, 내 인생이 반쯤 망가진거 같다.
이정도로 심했던게 언제더라.. 15년쯤 전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언제나 눈물이 날거같다.
그리고 내가 눈물로부터, 죽음으로부터 도망쳐서 향한곳은..
15년전에는 책이었다. 방의 세쪽 벽을 꽉 채우고도 넘칠 정도의 책.
나 자신이 두려워서 남에게로 도망쳤다.
내 생각에서 도망쳐서 남의 생각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내 이야기에서 빠져나와 남의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 생각들, 이야기들은 나를 구해주지 못했다.
처방받은 약, 유산소운동, 정신과 상담도 나를 구해주지 못했다.
나를 구해준건 돈이었다.
행복하든 불행하든 건강하든 병들든, 언제나 필요한 돈으로 눈을 돌렸고
처음으로 열정을 느꼈다. 그리고 니체는 나의 선지자가 되었다.
지금은 옛날과 비슷하게 되어버린 나를 다시 보고 있다.
많은 시간과 많은 사람을 거쳐서 다시 예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온 것만 같다.
다만 그때와 다른건, 나는 많이 마모되었다.
예전만큼의 분노도 없고 미지의 것에 대한 희망도 없다.
그리고 내 몸은 늙었고 나에겐 책임질 식솔이 있다.
지금 떠오르는 탈출구는, 일에 매몰되는 것이다.
내가 자살하지 않고 10년가량 버텨온 방법.
연구에, 일에 묻혀버려서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하여간 나에겐 이전보다 선택지가 좁다.
한편으로 좋은 예감이 쥐똥만큼은 든다.
한동안 어둠에서 멀리 떨어져 지낸 나에게 어둠이 필요했던게 아닐까.. 하는.
니체가 한구절 생각난다.
나무는 더 높이 자라기 위해 어두운 땅속으로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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